2024/25. 여행
여행의 이득
untold
2024. 4. 18. 15:57
일본에 작년에 두 번 갔다왔다. 교토와 돗토리현
그간 살면서 해외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다. 여행할 마음의 여유도, 경제적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묘미에 대해서 그다지 흥미도 없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보니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인간이 되었다. 세상에 대한 흥미, 풍경에 대한 감동과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하고, '좋네'라는 감탄사 외에 더 해야 할 감탄사가 내게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나는 자신의 시니피앙 사이만을 여행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니피앙의 자리만을 왔다 갔다하는 인간에게 여행이란 그것을 방해하는 과정으로 느껴진다.
그러다가 문득 타지를 인식하는 순간이 더러 있다. 마치 타자를 자신의 거울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이방인으로 느끼는 것처럼 타지에서 자의식을 잠시 잊는 순간 말이다. 타자를 자신의 거울로 인식할 경우에는 타자를 자신의 대타자의 분신처럼 대우하게 되지만, 타자를 타자로 느끼는 경우는 새로운 기표의 도입의 사건이 된다.
여행 역시 타자의 해석보다는 새로운 결여으로 산입하게 되는 사건의 자리가 될 수 있다. 결여는 새로운 기표의 생산을 촉구하는 기회가 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