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0. 다섯 문장

내 사랑의 작은 비밀에 관한 다섯 문장

라깡함께걷기 2024. 8. 21. 21:25

갑작스럽게 빠져든 사랑: 교육분석 중이던 지난해 나는 돌로레스 오리어던(크랜베리스)와 시네이드 오코너의 목소리에 빠져 온종일 그녀들의 노래를 되풀이해서 듣게 되었다.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목소리: 그녀들의 목소리는 다른 어떤 이들의 목소리와도 다르다고, '유니크하다'고,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무엇''이 그 안에 있다고 나는 그때 생각했었다(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기묘한 점은, 내가 이미 오래 전부터 그들을 잘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대체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목소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이 점이 더 특이한데, 내게 그녀들의 목소리가 ' 다르게', 아주 특별하게 들리기 시작한 것은 내가 그녀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돌로레스의 경우는 몇 년이 지난 후야 '뒤늦게') 접하게 된 이후라는 점이다.

그러한 장면은 오래 전 흑백 무성영화 속 여인을 보면서 울컥했던 기억과도 겹치는데, 그때 나는 영화 속 아름다운 그녀가 결코 지금-여기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여인이라는 사실에, 그녀는 죽었고 이미-죽은 여인의 이미지만 남아 여기 있을 뿐이라는 사실에, 따라서 나는 지금 명백히 죽은 이를, 어떤 이의 죽음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껴 눈물 흘렸던 것이다.

나는 죽은 여인들만을 사랑하는가.... 죽은 여인만을 사랑할 수 있는가.... 살아있는 이는 사랑할 수 없는가.... 내가 살아있는 이를 사랑한다면 그것 또한 그의 안에 언제나-이미 (존재 상실이라는) 죽음이 있기 때문일 것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때 나는 오코너의 노래 Nothing compare to U로 답하게 될 것인데, 그 노래 속 사랑과 상실(죽음)의 앙상블은 결국 단 하나의 대상,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그렇기에 대체할 수 없는, 내가 잃어버린 당신을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