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라캉 2

정신분석가의 욕망(김서은)

정신분석가의 욕망은 모호한 동시에 추상적이다. 그러나 정신분석가인 한 개인/주체의 욕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정신분석가가 무엇을 욕망하는가와 관련이 있음은 분명할 것이다. 이 글에서 나는 정신분석가의 욕망을 세 가지 층위로 분절하여 사유해 보고자 한다. 먼저 내담자와의 관계 속에서 정신분석가의 욕망(정신분석가와 공백), 정신분석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 마지막으로 정신분석가를 양성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1. 정신분석가와 공백 정신분석가는 내담자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흔히 라깡 정신분석에서 이것을 공백을 향한 욕망이라고 이야기한다. 정신분석가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인데, 바라는 것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다 쉬운 표현을 사용하자면, 정신분석가는 내담자가 이야기하는 서사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빈 ..

왜 정신분석인가(전현정)

저는 때때로 발이 지면에 닿지 않는 듯 세상이 당황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이라는 무대를 배회하는 하나의 거푸집 같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과의 대결 혹은 공범의식의 속에서 불안. 분열에 대한 불안감이 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자의식을 벗어나기 위해 저는 구원받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은 저를 ‘신’에게 데려가진 않았습니다. 인간과 닮아있는 신은 의심스러워 ‘전이’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것을 끝장낼 수 있는 새로운 이념이 필요했습니다. 종교나 잠언, 철학과 문학 말로된 모든 것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가라앉힐 수는 있었으나, 허무의 동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저의 의심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흑백의 남자 ‘라깡’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의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