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6. MBTI 3

MBTI와 주체의 소멸(김서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필수 관문처럼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바로 '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이다. 이 질문을 주고받는 것은 이제 상대방을 알기 위해 빠지지 않는 절차인 것처럼 보인다. 나의 MBTI, 그리고 내가 마주하고 있는 타자의 MBTI를 알고 싶다는 욕망의 이면에는 내가 누구인지,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MBTI에는 네 가지 항목이 있고 이것이 각각 조합되어 만들어진 16개의 범주가 사람을 구분해 낸다. 각각의 유형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설명되어 있다. 그렇기에 MBTI만 알면 내가 누구인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뚜렷하고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2023/16. MBTI 2023.08.20

일상 속 신화 MBTI

나의 MBTI는 INTP이다. '논리적 사색가'로 대변되는 이 유형은 다소 소수라고 한다. 문제를 풀며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가늠하면서 솔직한 답변을 되도록 애를 썼지만, 이것이 내가 욕망하는 이상적 자아인지 실제의 내 모습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유형을 읽으면서 '맞다' 혹은 '대충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유형이 나왔어도 '대충 맞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점집'이 먹고 사는 이유도 귀신같이 맞혀서가 아니라 인간의 유형이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기도 한 이유다. 마치 증상의 이름을 알았을 때의 안도감처럼 우리는 하나의 유형에 수렴될 때, 우리는 어떤 안도감을 느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안할 때 마다 그 타자의 기표들을 꺼내 쓴다. 자신은 '논리적 사색가'이며, 그들은 '이러저..

2023/16. MBTI 2023.08.07

기표의 부재와 앎의 의지-'보완'에서 ' 보충'으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최근 들어 자주 듣게 이 말은 언뜻 ‘당신 이름은 어떻게 되세요?’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차피 통성명을 한 후 곧바로 상대를 ‘조금 더’ 알기 위해서 물어지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성격’을 ‘유형’지어 검사하는 방법론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에게는 그것이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숨기지 말고 말해 보세요!’라고 명령하면서 자신의 페르소나로 공들여 치장된 겉옷을 [어쩌면 속옷마저] ‘강제로’ 벗기려는 행동처럼 여겨져 커다란 불쾌함을 안기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MBTI인 것처럼 보인다. 세상 사람들의 소통은 MBTI를 통해 한층 더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만큼 그것의 유통은 날로 확산되기만 하는 것..

2023/16. MBTI 202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