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절망적이다.”(카프카, 에서) 1. 죄책감에 대해서는 이렇게 묻게 된다: 우리는 금지된 쾌락을 즐겼기 때문에 [혹은 감히 그것을 즐기려 했기 때문에] 그 위반에 대한 가혹한 처벌을 받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가 자신에게 너무 적은 쾌락만 남겨두었기에, 곧 ‘(충분히) 즐기지 못했기에’ 향유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자기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일까. 즐겨서 벌을 받는가 즐기지 못해서 벌을 받는가. 어쩌면 하나의 본질적 물음만이 남는 것인지 모른다. ‘죄와 쾌락’이라는 쌍의 문제 말이다. 죄와 쾌락이 언제나 교묘하게 한 몸을 이루면서 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주이상스 곧 쾌락이 있는 곳에 죄가 있다’고 라깡은 말한다. 쾌락이 있는 곳에서 이미-항상 ‘금지’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