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 새로운 인생 5

새로운 인생

정말 나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었고,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발목이라도 잘라야 하나? 회전의자에 묶여 빙빙돌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권태와 지겨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역겨움...무거운 머리, 정지된 화면들, 밀려들어오는 '뻔한 말들'... 왜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었을까? 이게 증상이라면 나는 마지막 향유를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향유의 시간을 질질 끌면서, 뱅뱅 도는 것이다. 새로운 인생은 증상도 없고, 건강함만 있는 한 낮의 시간이 될 것이고, 안정과 고요속에서 묵묵히 공부하며, 시간을 견디다 보면 진리를 통과하는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는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어떤 미련이 있다. 이 미련은 어쩌면 새로운 인생에 대한 나의 상상계적..

새로운 인생 (2) : 문학으로서의 삶

“쓴다는 것, 그것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의 메아리가 되는 것이다.”(블랑쇼, ) 새 것에 대한 열정, ‘다시’ 새 것으로 돌아가는 열정, 나는 이것을 ‘은유의 열정’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니체를 따라서 ‘문학으로서의 삶’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문학, 그것은 ‘시작의 열정’이기 때문이다. 블랑쇼는 말한다: “시는 시작이다.” 시 곧 문학은 ‘시작할 수 없는 것을 시작하기’다. 기존의 상징계가 보장하는 어떠한 주춧돌도 없이 ‘전적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 바로 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불가능한 시작’으로부터 ‘열정과 사랑’이 태어난다. 바로 이것이 라깡적 의미의 은유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은유는 언제나 ‘시작’이고, 그 시작에서 ‘상실’과 ‘태어남’이 교차한다. 은유에 의해서 ..

새로운 인생 (1) : 참되지 않은 인생은 새롭지 않다!

두 가지 물음이 떠오른다:어떻게 새 삶이 가능한가, 그리고 새로운 삶이란 어떠한 것인가. ‘새로운 삶’, 이 기표는 우리가 삶에 대해서 그것이 새로울 수도 있고 또한 낡을 수도 있다고 믿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렇다,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다: 오늘의 나의 삶은 ‘낡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여기의 삶은 언제나-이미 낡은 것이거나 낡은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의심한다[걱정한다]. 삶은 낡아[늙어]간다. 더 냉혹한 인식에 따르면 오늘 나의 삶은 ‘이미’ 낡았다[충분히 늙어버렸다]. 삶은 멈추지 않고 낡아만 간다. 여기서 ‘낡음’의 이미지가 가리키는 것은 언제나 ‘죽음에 이르는 늙음’이며 어떠한 여정의 종결이다. 삶은 언제나 끝을 향해 가고 있는데, 나의 삶은 어쩌면 ‘아무..

새로운 인생

‘나’를 벗어나서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이 정녕 가능한 일일까. 그러나 가능성의 여부를 떠나서 우리는 종종 다른 삶을 꿈꾼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이번 생’은 망했으니 ‘다음 생’을 기약하곤 하는데, 이 말은 곧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지금의 ‘나’가 죽고 다시 태어남으로써 가능한 일임을 암시한다. 결국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문제는 새로운 나로 나아가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삶은 끊임없이 같은 것을 반복할 테고 새로운 삶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또 다시 주체의 문제로 봉착했다. 처음에 던졌던 새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가능할까라는 문제는, ‘나’를 벗어나는 일이 가능할까라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나’로 변화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물음..

새로운 인생

비루했다고 여겨지는 혹은 그렇게 기억되는 나의 어린시절의 기억 속 삶에도 내일에 대한 희망은 있었다. 구체적인 대상이 되고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금의 현실이 아니기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지금을 지우는 방식으로 그시절의 희망은 그러했다. 자생력이 없던 시절의 소망을 바라는 어떤 사례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새로운 인생은 이후 오랜기간 삶의 명령과 같은것이였다. 혁신적일 아이디어로 직장생활에서 일찍 승진하기도 했으며 스트릿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보드에 미쳐서 한동안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구체적 대상이 없었다는것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것을 인정받고 생존도 유지 할 수 있는 욕망의 대상을 꿈꾸는 남과 달라 보이기는 하지만 남과 그리 다르지 않은 꿈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의 삶이였다. 내몸이라는것에 매료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