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적당히 즐기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떤 '힘' 이 드러날 때까지 마셔야 직성이 풀렸다. 그 힘이 나를 부시고, 해쳐도 마침내 그 수준까지 도달해서 의식이 '0'으로 되어야만 했다. 나는 그런 순간이 왔다는 것을 의식이 눈치챈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빨리 그 순간을 넘어서야 했기 때문에 더 빨리, 더 많이 술이 나를 삼켜버리는데 전력을 다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분석을 통과하면서 그러한 '액팅아웃'의 순간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때때로 그때가 그립다. 아니, 무의식이 그 시간들을 그리워 한다고 보는 것이 맞는 말인듯 하다.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넘어가는 순간들은 보통 생생하다. 시계를 보고, 거울 속에 풀어진 눈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