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우리에게 일어날 힘이 남아 있을까.(로버트 프로스트, ‘폭풍의 두려움’) 지푸라기 더미 속으로 바늘 하나가 떨어졌다. 상황은 곧바로 우리를 절박함에, 나아가 절망감에 빠져들게 만든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찌 할 수 있기나 할 것인가....... 주어진 상황에 대해 나는 언제나 나약하다. ‘상황’은 언제나 ‘타자적’이다. 나의 '바깥’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그 외부적 상황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상황 안에서 나는 나약하고 (상황이라는) 타자는 강력하다. 나는 언제나 나약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지푸라기 속으로 떨어진 바늘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불가능한 사명 같다. 그러나 순간 나의 절박함이 하나의 답을 찾아낸다: 모두 불태우면 된다! 활활 태워버리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