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 정신분석가의 욕망 3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분석가는 내담자의 치료를 욕망하지 않는다. 상처는 벌려놓은 채로, 증상은 남아있다는 소리다. 정신분석이 끝나고 증상과 함께 살아가기가 가능해지지만, 새로운 증상의 출몰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쾌락의 감산이 뒤따른다. '증상에의 향유'가 '공백에의 욕망'을 만나면 예전의 향유를 반복하기 어렵게 된다. . 환상 뒤에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담자는 다른 증상을 찾는다. 어쩌면 증상의 창의적 전개가 관건인지 모르겠다. 정신분석가의 공백의 주입을 통해 내담자의 서사는 그 '신화적 힘'을 잃게 된다. 원인과 결과의 논리들은 무의식의 논리에 종속된 것을 알게되면 내담자의 인생은 달라진다. 달라진 인생이 더 좋거나, 더 나쁘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기존의 '자아'..

공의 매혹

내담자인 분석주체와 마주한 분석가는 대상a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 라깡학파 정신분석이 정신분석가에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대상a란 공백 곧 ‘아무것도 없음/아무것도 아닌 것’의 이름이다. 대상a는 언어-상징계의 쪽에서 보았을 때 ‘없음으로 있는 것’, ‘비어(있는 채로) 있음’이다. ‘공(空)’인 것이다. 분석가가 대상a의 자리에 있는다는 것은, 따라서 분석가가 분석주체에게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그 누구도 아닌 자(아무)’의 모습으로서 있는다는 것을 뜻한다. 분석가는 그러한 '없음'(무)을 욕망해야 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1. 분석가는 왜 '없음'을 욕망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욕망이란 것이 ‘무로부터’(ex nihlo) 태어났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라깡의 정신분석에서..

정신분석가의 욕망(김서은)

정신분석가의 욕망은 모호한 동시에 추상적이다. 그러나 정신분석가인 한 개인/주체의 욕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정신분석가가 무엇을 욕망하는가와 관련이 있음은 분명할 것이다. 이 글에서 나는 정신분석가의 욕망을 세 가지 층위로 분절하여 사유해 보고자 한다. 먼저 내담자와의 관계 속에서 정신분석가의 욕망(정신분석가와 공백), 정신분석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 마지막으로 정신분석가를 양성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1. 정신분석가와 공백 정신분석가는 내담자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흔히 라깡 정신분석에서 이것을 공백을 향한 욕망이라고 이야기한다. 정신분석가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인데, 바라는 것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다 쉬운 표현을 사용하자면, 정신분석가는 내담자가 이야기하는 서사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