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8. 반복

'반복' 또 말하기

닭소이드 2024. 6. 17. 22:12

초대장을 확인하고  감사하는 뜻을 담아  미소띤 부드러운 얼굴을 글로 드러내보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반복이라는 화두를 제시하셨습니다.   저는  키에르케골이나 들뢰즈가 '반복' 이라는 범주에 대해서 언급하는것을 읽어보기 전부터도, 그 문제를 고민했던 적이 있긴 합니다.    억압된것의 회귀 라고 할때의 그 '회귀' 라는 개념도  돌아온다는 점에서 반복과 관련있죠, 고통스런 경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꾸만 되풀이해서 해당 장면을 다시 연출하는 반복강박 같은 행동들의 경우에도  쾌락을 위해서 목적적으로 행동하는 자아의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흡사 고통의 갈망 이라는 역설적인 문제 때문에 프로이드를 깊은 고민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피하고만 싶고 안락함에서 거리가 먼 그런 괴로움이나 고뇌를  왜 욕구하게되냐는 거죠...  계절이 순환하고, 우리 몸의 체액이 순환하듯이,  고통 이라는 정동의 특정한 행성도 자기 궤도에서 기꺼이 돌아오기에 우리가 그를  기꺼이  맞이하면서 앓고 고통스러워 하는것이 하나도 이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상한것은 따로 있는데요

무엇인가 하면,  세상은 흘러간다, 고통은 지나간다. 기쁨도 지나간다 라고  많은 현인들이 이야기를 하고, 문학작가들도 희식의 흐름이라는 기법 운운 하면서 '흐름'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작 그 뜻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는 참으로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그들은 순환이나 회귀를 믿고 있는것이지 진짜 흐름 자체를 믿거나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이죠.    어떤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어떤것과 반대되는 것'  즉 그것이 아닌것이 무엇인지 와 대비를 통해서 뚜렷해지는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반복'과 '흐름'이 완전히 대비되고 양립될수 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밝혀주고 있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사람들은   섞어서 생각하는데, 하물며 니체 같은  인물도 '영원회귀'를  '영원한 흐름' 같은것과 혼동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반복이라는것은 돌아온것 이거나 붙들려 있는 것이기에  흘러가지 않는것이죠,   비트겐슈타인이 어디선가 비슷한 얘기를 한적이 있는데  이렇게 말했던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면서 영원히 같은 자리를 맴돈다고 생각하지만  태양도 은하계에 묶여 어딘가로 가고 있고 은하계의 중심도 어딘가로 가고 있기에 결코 같은 공간에 다시 돌아온 일 이 아닐것이다. 끊임없이 지나온길과는 다른 장소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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