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 질투

질투(김서은)

라까니언 2023. 5. 21. 23:21

1.     자아의 탄생

“나는 내 눈으로 보았다. 유아도 질투심에 사로잡힌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그는 아직 말할 줄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창백한 얼굴과 독기를 품은 시선으로 젖을 먹는 형제를 바라본다”. 그리하여 그는 거울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상황(아이가 바라본다), 감정적 반응(창백한) 그리고 원초적 좌절의 이미지의 재활성화(독기를 품은 시선) – 이것들은 가장 초기의 공격성의 심리적·육체적 좌표들이다 – 를 유년기 초기의 유아 infans(말하기 이전)와 영원히 연결시킨다.
                                                                                                     에크리, 정신분석에서의 공격성 138p

 

라깡은 에크리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유아 시절의 질투를 설명한다. 이 단계에서의 공격성은 거울 단계를 통한 자아 이미지의 형성과 관련이 있는데, 거울 단계를 통한 자아의 이미지란 파편화되고 하나로 통일되지 않은 자신의 신체를 하나의 이미지, 즉 자아로 선취함을 의미한다. 아이는 팔다리를 제대로 가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신체를 가지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것으로 포획한다. 이것은 동일화의 변증법에서 최초의 순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동일화시키는 이미지란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는 이미지이다. 거울을 통해 획득한 자아상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자이며 동시에 소외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자아의 이미지를 획득함과 동시에 타인, 자아, 대상이라는 3인조가 탄생”(에크리, 137p)하게 된다. 자아가 없을 때에는 외부와 내부의 구분, 내 것과 남의 것의 구분이 없는 상태이다. 자아의 형성은 필연적으로 나 아닌 것, 즉 외부의 타인/대상이 형성되는 과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억지로 끼워 맞춘 자아 이미지는 우리에게 소외를 일으킨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파편적인 성충동을 가지고 있고 이 성충동은 매끈한 자아의 표면을 뚫고 공격성으로 표출된다. 질투는 이러한 공격성의 한 면모라고 할 수 있다.

 

2.     근본 환상으로서의 질투

내 것이었을 수도 있는 무언가를 상상계적 타인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질투라는 감정은 신경증자의 근본 환상을 구성하기도 한다. 가장 잘 알려진 어머니-아버지-나를 둘러싼 오이디푸스의 구조 속에서도 우리는 질투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인용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문구에서도 질투를 느끼는 유아는 어머니의 젖가슴을 다른 형제에게 빼앗긴다는 사실에서 질투를 느낀다. 근본 환상이란 보편적이지 않으며 개인의 증상 속에서 반복되는 개별적인 서사, 가족 판타지의 근원적인 시작점을 의미한다. 정신분석 상황에서 공격성, 질투를 드러내어야 하는 이유는 모든 사건이 시작되는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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