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 곧바로 아니면 잠시 후에, 나는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이상하게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겠다. 나는 내가 진짜로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갑자기 알 수 없어진다. 우울해진다.
정신분석에서 모든 장애는 욕망의 장애다. 때때로 우리는 바로 그 장애에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 다시 묻게 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데 이때의 '당신'은 내가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누구' 그리고 내가 이러한 질문을 하게 됨으로써 나에 대해 강력한 권한을 가지게 될 '다른 누구',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대타자'다.
왜 나 자신의 욕망에 관해서 모르는데 그에 대한 질문을 '당신'에게 하게 되는 것일까?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는 라깡의 명제가 답을 준다. (대)타자인 당신의 욕망이 나의 욕망이라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고 동시에 당신이 나를 욕망하기를 욕망한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는 나의 욕망을 알지 못하고, 확신하지 못하고, 의지하지 못하기에, 나의 앎과 믿음이 의지할 누군가가 나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이였을 때 그 절박한 필요-요청에 응답했던 첫 번째 타자가 바로 어머니였다. 아이였던 우리는 어머니를 욕망했고(사랑했고) 어머니가 욕망하는 것을 욕망했으며 어머니가 나를 욕망하기를 욕망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어머니는 내 욕망의 절대적 타자로서 자리잡았다.
우리는 그러한 어머니의 사랑-욕망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내가 모르는 내 욕망에 대해서 당신이 알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어서 당신을 믿고 있고 내 욕망에 대해서 당신에게 묻고 있다.
네가 진짜로 욕망하는 게 무엇인가, 이 질문을 계속해서 타자에게 물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것이 정신분석이 우리에게 묻는 물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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