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2

나약함이 승리한다

내일 아침 우리에게 일어날 힘이 남아 있을까.(로버트 프로스트, ‘폭풍의 두려움’) 지푸라기 더미 속으로 바늘 하나가 떨어졌다. 상황은 곧바로 우리를 절박함에, 나아가 절망감에 빠져들게 만든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찌 할 수 있기나 할 것인가....... 주어진 상황에 대해 나는 언제나 나약하다. ‘상황’은 언제나 ‘타자적’이다. 나의 '바깥’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그 외부적 상황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상황 안에서 나는 나약하고 (상황이라는) 타자는 강력하다. 나는 언제나 나약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지푸라기 속으로 떨어진 바늘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불가능한 사명 같다. 그러나 순간 나의 절박함이 하나의 답을 찾아낸다: 모두 불태우면 된다! 활활 태워버리면 되는 것이다...

죽지 마라! 부끄러워하지 마라!

1. 누군가 소리친다: “나를 건들지 말라!” 우리는 곧바로 그 외침을 알아듣는다. 우리가 때때로 정확히 바로 그렇게 외치고는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외침이 뜻하는 바를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믿게 된다. 아마도 ‘나를. 제발. 건들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라’는 것이리라. 그것은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피를 토할 듯한 ‘울부짖음’(crying)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니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 자신은 ‘갇힌 자’들이고, 그러한 절규는 언제나 결국 ‘언어의 감옥’ 안에 수감된 자들의 울부짖음인 것으로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언어-타자에 의해 갇히고 종속되는 것이 ‘말하는 존재parlêtre’로서의 우리의 운명이다. 심지어 그러한 운명에는 ‘바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