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 18

여성적 욕망과 여성의 욕망(김서은)

영화를 보다 보면 몇 가지 클리셰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롭다고 느꼈던 것은 아이를 향한 엄마라는 여성의 집착이었다. 이언희 감독의 , 아니쉬 차칸티 감독의 ,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등 많은 영화에서 아이에 대한 여성의 사랑이 직간접적으로 다루어진다. 작년에 출간된 앰버 가자의 역시도 뒤틀린 모성애를 소재로 한 스릴러 책이니 영화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이처럼 많은 대중 매체에서 아이는 여성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으로 제시된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이러한 영화와 소설 속 여성들에게는 아이 외에 소중한 것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이 왜 독특한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 아이가 갖고 싶어서 납치를 하는 남성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려 보자. 내..

욕망과 쾌락(김서은)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욕망과 쾌락을 교환 가능한 언어로서 사용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쾌락을 위해 욕망을 추구하며 욕망을 추구하다 보면 쾌락이 뒤따른다는 말이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쾌락은 일반적인 의미로서의 쾌락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쾌락도 분명 있겠지만, 정신분석은 그런 종류의 쾌락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정신분석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보다 심층적인 차원, 무의식적인 차원에서의 쾌락이다. 그렇다면 정신분석에서 욕망과 쾌락은 어떻게 다른가?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프로이트의 '쾌락 원칙'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프로이트는 정신적 기능의 원칙으로 쾌락 원칙과 현실 원칙을 제시한다. 쾌락 원칙의 속성은 항상성과 반복, 그리고 환상..

정신분석가의 욕망(김서은)

정신분석가의 욕망은 모호한 동시에 추상적이다. 그러나 정신분석가인 한 개인/주체의 욕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정신분석가가 무엇을 욕망하는가와 관련이 있음은 분명할 것이다. 이 글에서 나는 정신분석가의 욕망을 세 가지 층위로 분절하여 사유해 보고자 한다. 먼저 내담자와의 관계 속에서 정신분석가의 욕망(정신분석가와 공백), 정신분석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 마지막으로 정신분석가를 양성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1. 정신분석가와 공백 정신분석가는 내담자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흔히 라깡 정신분석에서 이것을 공백을 향한 욕망이라고 이야기한다. 정신분석가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인데, 바라는 것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다 쉬운 표현을 사용하자면, 정신분석가는 내담자가 이야기하는 서사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빈 ..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는가(김서은) / 1월 28일 내용 추가

자크 라캉 직업 소설가 소속 - 사이트 -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 정신분석에, 그리고 라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격언처럼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 우리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이것은 일견 남들 사는 대로 산다는 말을 멋지게 포장한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좋은 직업을 갖기를 원하며 남들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물건을 욕망하여 구입한다. 또는 우리가 무엇을 욕망해야 할지 모를 때에는 남들이 무엇을 욕망하는가를 염탐하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가 무엇인지, 핫한 장소는 무엇인지,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 우리의 욕망을 결정하기 힘들 때 우리는 다른 ..

왜 정신분석인가(김정철)

기억 시간 공간 시간, 공간이 없이 그것 자체인 기억 기억속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 자매들 욕망의 대상으로서 모호한 사랑했던 전부의 기억속의 여인들 사랑은 그랬다 사랑 때문에 마음이 감정이 피눈물 흘릴 때 마음은 시간과 공간의 노예임을 알게되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있음의 자리에서 누구나 생명으로 나고 시작했던 아무것도 없던 빈 공간 공백이라는 충동의 자리를 가정하고 있음의 기억을 지운다. 그리고 없음으로 부터 다시 기표는 상상을 통해서 무언가를 소환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서은선생님의 글에서는 나도 라깡을 만났는데 현정 선생님의 글에서는 '아비정전의 새가 있다'라는 현존을 보여 주셨네요. 승만 선생님의 글에서 아니다. 것이다. 문체가 재미있었습니다. 질문을 위한 질문인 것 같아서 질문은 저만의 즐거움..

왜 정신분석인가(전현정)

저는 때때로 발이 지면에 닿지 않는 듯 세상이 당황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옷을 입고, 세상이라는 무대를 배회하는 하나의 거푸집 같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과의 대결 혹은 공범의식의 속에서 불안. 분열에 대한 불안감이 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자의식을 벗어나기 위해 저는 구원받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은 저를 ‘신’에게 데려가진 않았습니다. 인간과 닮아있는 신은 의심스러워 ‘전이’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것을 끝장낼 수 있는 새로운 이념이 필요했습니다. 종교나 잠언, 철학과 문학 말로된 모든 것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가라앉힐 수는 있었으나, 허무의 동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저의 의심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흑백의 남자 ‘라깡’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의 근..

왜 정신분석인가(백승만)

정신분석이란 무엇일까. 정신분석은 단순 명쾌한 대답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품게 만드는 다수의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왜 상심하는가. 왜 이렇게 느끼고, 왜 이렇게 생각하며, 이렇게 믿는 것일까. 느끼기 싫어도 느끼게 되고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생각에 갇히는 일이 어째서 벌어지는 것일까. 이렇게 정신분석은 묻는다. 그렇게 묻는 것만이 답을 찾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정신분석이 믿기 때문이다. 때로 나는 아프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우울하다. 때로는 그러한 것들을 견딜 수가 없다. 그때마다 나의 곤경은 어떠한 것이었던가. 무엇으로 인해 나는 그러한 곤경에 빠지게 되었는가. 나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신분석은 어떠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무..

왜 정신분석인가(김서은)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왜 푸코가 아니고 라깡인가?”였다. 간호사를 하다가 철학과에 오게 된 이유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사람들은 내가 라깡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 왜 그런 질문을 나에게 하는지 불쾌하다기보다는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푸코를 전공하면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질문에 대해 농담처럼, 푸코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돌잡이를 라깡으로 했을 뿐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어릴 때부터 심리학과 정신질환에 관심이 많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왜 나는 미치지 않고 정상인인 것인가?'라는 의문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프로이트와 관련된 책을 뒤적거려 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나는 관련이 있다면 있고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