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죽음을 모르는가. 아무도 죽음을 모르지 않다. 모를 수 없다. 언제나 누군가 죽(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듯이’ ‘죽음이란 것이 없는 듯이’ 살아간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이상한 일일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결코 '죽음이-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삶은 죽음을 모른다. 우리는 '살아 있으므로' 죽음을 모르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삶의 무지: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죽음에 대한 삶의 완강한 밀어내기로 구조화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을 한없이 멀리 있는 것으로 지연시킬 수 있다고 믿을 때만이 우리의 삶은 평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죽음은 삶으로부터 배척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