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그를 사랑했는가? 왜냐하면 그였기 때문이고 나였기 때문이다.”(몽테뉴) 욕망하지 말라, 사랑하라. 이 이상한 조합의 문구에 대해 나는 책임질 수 있을까. 지금 나는 ‘향유에 대한 욕망 vs 결여에 대한 사랑’이라는 구도에 사로잡혀 있다. 물론 이러한 구도가 결코 엄밀하지 않다는 것은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욕망과 사랑이 그렇게 명백한 대립항으로서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순수한’ 욕망이라고 부르든 ‘순수한’ 사랑이라고 부르든 사랑과 욕망과 관련해서 무엇인가 결정적인 것, ‘사건적인’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필요성이 나에게는 더 다급한 요청으로 다가왔다. 물론 방금 내가 말한 것에서 중요한 것은 ‘순수한’이라는 기표가 아니라 ‘사건적인’이라는 기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