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7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상실한 대상은 안경이다. 물론 그전에도 수많은 물건을 잃어버렸다가 되찾거나 다른 물건으로 대체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은 처음이 될 수 없다. 아마 9살 때 즈음, 어릴 적부터 시력이 나빴던 내가 처음으로 안경을 맞추었던 때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눈이 나쁘지 않아서 앞자리에 앉으면 칠판이 보이는 정도였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착용했다가 벗었다가 반복했었다. 기억하기에 안경을 맞추는 데에 든 비용이 적지 않았으므로 엄마는 내게 안경을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덜렁거리는 아이였던 나는 얼마 안 가 그 안경을 잃어버렸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가방 안에도, 책상 서랍에도, 집에도. 한 동안은 엄마한테 안경을 잃어버..